2010년 1월 20일 수요일

3차 유럽 여행 - 몽생미셀(Mont Saint Michel)



어딘지 기억이 잘 안나지만 하여간 어느 곳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 타고 몽생미셀에 도착했다. 물이 빠져 있었고 바다라 바람이 많이 불고 하늘이 약간의 비를 뿌리고 있었다. 도착하자마 입구에 있는 화장실로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갔다. 화장실로 들어가려 줄을 섰던 것 같다. 근데 옆의 아저씨는 아내와 주원이가 너무 예쁜지 쳐다보고 있다. '이쁜 건 알아가지고...^^'



여기가 어디 쯤인지 지금은 가물가물하다. 아마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중이었던 것 같다. 주원이에게 가서 서보라 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우리 딸이지만 참 예쁘게 나왔다.


수도원에 올라가서 밑을 보며 찍어 본 사진이다. 주차장에 차들이 잔뜩 늘어서 있고 밑의 마당에 사람들이 많이 있다. 사실 둘러보면서 뭐가 뭔지 잘 몰랐다. 일단 바다에 이런 게 만들어져 있는 것이 신기하고 바다도 보기 좋고 그런 게 더 컸다. 설명 자료나 음성 안내를 받지 않으니 보이는 것들이 무엇인지 어떤 사연들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세세한 자료를 공부하고 간 것도 아니었기에. 그저 가족과 함께 있다는 것이 좋았고, 머리로는 잘 모르지만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있었다. 그렇게 좋다고 느끼면 되는 게 아닐까? 다음에 기회가 되면 더 공부하고 오면 되지 않겠나?



수도원 안의 성당 사진을 하나 찍고....



안 쪽에 작은 정원 같은 곳이 있고 그 주위로 회랑같이 되어 있는 곳이 있었다. 사진이 예쁘게 나올 것 같아 아내와 주원이에게 자리를 잡으라 하고 사진을 찍어 봤다. 나름 만족했다. ^^ 단체 관광객들이 이 곳에서 들러 설명을 듣고 있었다. 아내가 일본어를 해서 일본 관광객들을 잠시 따라 다니며 듣고 설명을 해 줬다. 그런데 안내하시는 분이 눈치를 주는 것 같다고 해서 그만 뒀다. 나름 도움이 되었는데.



돌아다니던 중 어디로 가는 곳인지 모르지만 괜찮아 보여 사진을 찍었지만 그다지 잘 나오진 않았다.



안의 정원 같은 곳에서 준비해 간 샌드위치로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 버스 시간이 남아서 주차장에서 몽생미셀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아이와 놀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밤에 멀리서 사진을 찍어도 멋지겠지만 숙소가 멀리 있고 저녁 되기 전에 버스가 끊기니 다음에 렌트카를 이용하지 않으면 힘들겠다. 다음 기회로 넘겨야지.



버스를 타고 Pontorson에 도착해 생말로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시간이 좀 남아 동네를 산책하며 마을 구경을 했다. 우리는 이렇게 산책하며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마당이 있고 깔끔한 집이 있어 배경으로 하나 찍어 봤다.



Pontorson의 거리 풍경이다. 오른쪽에 차 안에서 놀던 아이들이 얼굴을 내밀고 우리를 반겼다. 아이들 사진도 찍고. 이런 게 외국의 동네를 걸어다니며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아닐까? 그래서 힘들어도 굳이 많이 걷게 된다.



하지만 정보 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뭔가 쓰임새가 있는 건물 같아도 뭔지 알 수가 없다. 사실 또 모르면 어떤가? 사람들마다 여행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가 다르고 여행을 통해 즐거움과 감동을 받는 바가 다 다르다. 어떤 이는 다른 역사적인 유물과 그 배경 등에 관심이 있고, 어떤 이는 외국인과의 만남에 관심이 있고, 어떤 이는 음식이나 음악, 연극, 그림 등에 관심이 있고, 어떤 이는 다양한 체험 활동에 관심이 있다. 알면 좋지만 몰라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난 그저 새롭고 예쁜 것을 보고 여러 생각을 하고 즐기면 좋다 생각한다. 더구나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한 여행이 아닌가?

2010년 1월 19일 화요일

1차 유럽 여행 - 런던(4)

2001년 5월 25일 금요일

아침 식사를 하고 다시 누웠다.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과 더 돌아볼 곳도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집에 있는다고 공짜로 밥을 주는 것도 아니니 한 번 더 버스표 환불을 요청하러 갈 겸 슬슬 일어났다. 빨래를 조금 하고, 2층 버스를 탔다. 버스는 유별나게 재미있지도 않은데 시간만 너무 많이 걸린다. 남는 게 시간인 날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런던 시내의 도로는 거의 왕복 2차선 아니면 왕복 4차선이다. 물론 자동차가 서울에 비하면 무척 적지만, 길이 워낙 좁고 사람들이 아무데서나 아무 때나 건너기 때문에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그나마 도로 체계가 잘 되어 있는 것 같아 소통이 그럭저럭 유지되는 것 같다. 그래도 2층 버스가 명물이니 한 번은 타 봐야겠지.


Victoria coach station에 도착하여 한 줄 서기를 30분 한 끝에 물어 봤더니 역시나 환불 안 된단다. 꺼이꺼이. 한 줄 서기는 확실히 합리적이다. 먼저 온 순서대로니까. 우리네 각 줄 서기는 다분히 운이 작용한다. 그래서 때론 늦게 왔어도 먼저 가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기분이 짱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기분이 정말 더럽다. 너무 늦어서 모험을 하여 줄을 옮겼는데, 원래 줄이 더 빠르면 그건 최악이다. 한편 생각하면 우리네 문화가 더 재미있긴 하다. 그러나 이건 재미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우리네도 바뀌어야겠다.


이왕 나온 김에 관광이나 더 하자하고 St. Paul 성당에 갔는데, 여기도 돈을 내야 한다. 5파운드나. 지금 상황에선 더 이상의 지출은 무리다. 겉만 보고 가기로 했지만, 그래도 왠지 아쉬워서 성당 왼편으로 돌아갔더니 관광객 출구가 있다. 무턱대고 그리로 들어가 봤더니 거기에 식당과 Cathedral shop이 있다. 사진엽서로나 구경하려고 모험을 했는데 가이드북도 있지 않은가? 안내 책자로 대충 관광을 마치고 나왔다. 좀 어설픈 곳은 이런 식으로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어차피 관광코스 마지막에 관광상품 판매소가 있으니 그곳에 들러 사진엽서와 안내 책자만 잘 봐도 거진 관광한 셈이 된다.(물론 외국까지 나온 것엔 직접 보는 데 의미가 있지만 말이다.)



내일 숙박비를 지불하려면 돈을 바꿔야 한다. Piccadilly Circus역에서 내려 Lower Lesent Street 방향으로 나와 왼편으로 돌아 에로스 상을 보고 오른쪽 길로 가서 오른쪽으로 꺾은 후 건너편 20m쯤 전방을 보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있다. 거기서 여행자수표를 환전하면 수수료가 없다. 물론 그런 곳은 많다. 환전소에 commission free가 적혀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


사진엽서를 파는 곳은 많은데, 대부분 1파운드에 6장 정도다. Trafalga Square에서 National Gallery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1파운드에 10장 주는 곳이 있다. 엽서 질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은 듯하니 싼 곳을 잘 찾아 구입하자.


Trafalga Square에서 사람들 구경하고, 성경도 읽으면서 쉬다가 저녁 끼니를 해결하려고 또 공원을 찾았다. Charing Cross역 옆의 공원 벤치를 떡 차지하고 바나나를 먹기 시작했는데 옆에 할아버지 한 분이 슬그머니 앉으셨다. 왠지 나를 쳐다보는 듯. 그래도 꿋꿋이 바나나를 먹는데 드디어 말을 걸기 시작하신다. 첫 번째 말부터 못 알아들었지만 통밥에 여행객이냐는 말을 물으시는 것 같았는데 좀 돌려 말씀하셨다. 그로부터 짧은 영어의 한계로 단발식의 대화가 5분여 지속되었다. 혹시 무슨 의도적인 접근은 아닌가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하지만 그냥 얘기가 하고 싶으셨던 분이었다. 하지만 영어가 짧은 걸 어떻게 하겠나. 재미가 없어지신 할아버지는 슬슬 두리번거리시더니 계속 걸으시겠다며 떠나가셨다. 아쉽다. 사실 여행에 영어가 많이 필요하지 않다. "Where is ...?" "How much ...?" "Take a picture." "I want to ..."만 구사하면 별 문제가 없다. 어제처럼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그래서 영어를 신경도 안 쓰고 그냥 왔더니 이런 아쉬운 경우가 생기네. 쩝~


숙소로 돌아가려고 국철을 탔는데, 좀 앞쪽의 남자가 계속 나를 노려보는 것이다. 왜 저러지? 나도 노려보니 잠시 눈을 돌리다가 또 노려보는 것이다. ‘헉! 저 놈이 왜 저러지?’ 갖가지 상상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쫄기 시작했다. 숙소가 있는 St. Johns역에 서는 열차가 아닌 London Bridge역과 Lewisam역에 서는 열차를 타고 Lewisam역에서 내려 걸어가려고 했는데, 같이 내렸다가 봉변을 당하면 안 되니 사람 많은 London Bridge역에서 내려 St. Johns 역으로 가는 열차를 타기로 했다. 근데, 그 놈이 불쑥 일어나 London Bridge역에서 내리는 것이다. 그럼 난 계속 가야지. 근데 내려서도 가지 않고 왔다 갔다를 하는 것이다. 열차가 떠나 플랫폼을 훑어보았는데 보이지 않는 것이다. 설마 다시 탔을까? 계속 되는 긴장의 순간들. Lewisam역에 도착하여 내렸는데, 놈은 보이지 않았다. 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