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9일 금요일

1차 유럽여행 - 암스테르담


2001년 5월 27일 일요일

터널로 도버 해협을 지나는 줄 알았는데, 페리호를 탔다고 자고 있는데 버스에서 내리라고 깨운다. 그냥 버스에서 자는 게 오늘의 일정을 위해 더 좋은데 차에 아무도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니 별 수 없지 뭐. 이게 승객의 안전을 위함일까? 아니면 배에서 돈을 쓰게끔 하려는 수작일까? 우리 한국인 3명은 위층으로 올라가 잠잘 곳을 찾았다. 어차피 창문을 통해서는 어두워서 거의 아무 것도 안 보이고 바닷바람은 쐴 수 없으니 자는 게 남는 거지. 배가 대륙에 도착해 다시 버스를 타고 잠을 청했다. 버스라 아무래도 잠자기가 불편했다. 한두 번이면 모를까 유럽여행기간에 버스에서 자면서 숙박을 해결하기보다는 기차에서 자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 아직 야간 기차를 타 보지 않아 비교가 우습지만 말이다.


내려서는 동행하게 된(사전에 그러자고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난 당연하다는 듯이 헤어져서 가지 않았다) 사람들이 다음 일정 때문에 유로라인을 예매하는 동안 가다렸다. 보아하니 이들도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다. 일정을 확정하고 티켓을 끊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혹시 이 글을 보더라도 욕하지 말기를. 하긴 나도 런던에서 3군데지만 버스표 사는데 1시간 30분이나 소요되었으니)


그리고는 숙소 문제 해결을 위해 중앙역(Central station)으로 가기로 했다. 첫 번째 난관. 지하철 표를 사는 곳이 없는 것이다. 이런. 잠시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자전거를 끌고 지나가시던 분이 플랫폼으로 올라가면 된다고 하셔서 따라갔다. 거기서 1 zone 티켓을 뽑았는데 두 번째 난관. 티켓을 체킹(?)하려고 하는데 기계가 아무 짓도 안 해 주는 것이다. 우리의 작태를 보다 못한 부부가 우리 표는 그냥 가면 된단다. 여러 장 한번에 끊는 표만 스탬프를 받는 모양이다. 중앙역에 도착했더니 역시나 표내는 곳이 없다. 승객을 이리도 신뢰하다니.

중앙역에 내렸지만 생각관 달리 여행안내소도 보이지 않고 숙박을 호객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또다시 난관. 역 앞에 나가서 두리번거리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여행안내소 발견! 들어갔는데 지도도 돈 받고 판다. 헉. 저쪽에서 지도를 준다고 한 명은 그쪽에 줄을 서고, 숙박을 물어보는 줄엔 내가 서고, 나머지 한 사람은 한국인 민박집에 전화를 걸었다. 난 순서를 기다리며 남들이 빨리 돌아와 도와주기를 바랐다. 근데 어디로 갔는지 얼굴도 비추지 않는데 내 차례가 오고야 말았다. 짱구를 굴려 아는 단어들을 나열했는데 값이 너무 비쌌다. 그제야 다른 두 사람을 만났는데, 지도는 4.7f을 주었다 하고, 민박집엔 연락할 수가 없단다. 전화기가 모두 동전은 안 된다는 것이다. 좀더 짱구를 모아 봤지만 답이 안 나왔다. 나도 지도를 사기로 하고 4f하는 자판기 앞에서 5f을 넣고 동작을 시켰더니 지도는 나왔는데, 잔돈이 나오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잔돈은 돌려주지 않는다고 씌여 있었다. 헉! 싸게 사려다가 더 비싸게 주었다.


아침도 못 먹었으니 우선 먹고 나서 생각하기로 했다. 버거킹에 가서 double whopper와 콜라 중간 크기를 시켰다. 근데, 이게 우리네 것보다 좀더 컸다. 먹는데 너무 배가 불렀다. 우리네의 과대광고에서 보던 크기와 비슷했다.

 
난 Christian Youth Hostel에 가고 싶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한국인 민박을 가자고 했다. 한국인 민박에 가면 한국 음식도 있고, 정보도 얻을 수 있을 테니 나도 좋다고 했다. 걸어서 기껏 찾아갔더니 외국인이 나오며 민박집이 망했단다. 이런! 또 꼬이는군. 이번엔 어디로 갈 것인가 또 논의. 여전히 나는 Shelter(Christian Youth Hostel 이름)로 가자고 했지만(성격상 남들이 부탁하기 전엔 내 뜻을 강하게 밀지 못하므로) 또 무시되고 다른 곳을 가기로 했다. 가던 중 조금만 Hotel이 있어 또 물어 보기로 했다. 이번엔 내가 들어갔다. 근데 1인당 60f이란다. 이런, 영국보다 더 비싸려 하다니. 또 나와서야 Shelter로 가 보기로 했다. 근데 문 앞에 full for women이라고 씌여 있었다. 여자는 다 찼다는 말인가 싶어 그냥 가려다가 그래도 알아나 보자고 내가 들어갔다. 헌데 여자도 방이 있단다. 가격은 28f. locker 사용은 보증금 10f이 필요했다. 하지만, Check-Out시 도로 준단다. 휴~. 이제야 숙소가 해결 되었다. 한 방에 무려 2층 침대가 8개나 있고, 이런 방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깨끗하고 좋았다. 1층엔 로비도 있었다. 그럼 이제 슬슬 나가 볼까?


Shelter 오른쪽으로 나가자 이곳이 홍등가임을 알려 주는 여자들이 집 안에서 유리를 통해 야리꾸리한 자세로 유혹하고 있었다. Christian Youth Hostel과 홍등가라..... 조금 더 가서 구교회를 지나쳤다. 영국의 Westminster Abbey와 Windsor궁의 성당을 보고 난 이후론 별로 성당엔 들어가고 싶지 않다. 더구나 돈을 내고라면 더욱. 중앙역 앞의 길을 지나 Dam 광장으로 갔다. 곳곳에서 마임을 하기도, 전기기타 연주를 하기도, 묘기를 보여 주기도 했다. 주변엔 신교회와 왕궁(Koninklijk Paleis)이 있었다. 하지만 여기도 들어가지 않았다. 후줄근한 겉모습만 감상하고, 전차(Tram)를 타고, Artis dierentuin으로 향했다. Tram은 지도에 노선과 번호가 잘 표시되어 있어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타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Tram은 맨 뒤에서 타면 요금 받는 분이 앉아 계신다. 그럼 목적지를 말하면 요금을 받고 티켓을 준다. 보통은 3f이다. Artis dierentuin에 도착했으나 시간이 1시간 밖에 남지 않았고, 요금도 28f정도로 너무 비싸서 그냥 지나쳤다. 열대박물관도 시간이 늦어서 그냥 지나쳤다.

 

다시 거처로 돌아와 좀 쉬다가 혼자만의 예배를 드렸다. 오전엔 숙소를 잡느라 예배를 드릴 수가 없었다. 혼자라면 예배를 먼저 드렸겠지만, 동행하느라 못했다. 혼자 침대에 앉아 다른 사람에게 방해되지 않게 기도하고, 찬양하고, 말씀을 읽었다. 사도 바울이 너희는 더욱 큰 은사를 사모하라고 말하고, 고린도전서 13장에서 사랑에 대해서 기록했다. 모든 사람에게 각각의 은사가 있지만, 그 중에 가장 큰 은사는 사랑이고, 그게 없다면 다른 은사가 의미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내 스스로 그 동안 다른 사람들을 과연 사랑으로 대했는가도 돌아보았다. 예배가 감격의 물결이 넘쳐 나지는 않았지만 좋았다.

 
다시 나가서 산책을 하며 장래에 대해서 또 고민했다. 아직도 답이 쉽게 나지 않는다. 많이 좁혀지긴 했는데.
중앙역에 돌아가서 유레일 패스를 확인 받았다. 어디서 받는지를 몰라 한참 헤맸다. 역에 들어가서 좌측으로 돌아가면 International이라고 표시가 있다. 거기서 유레일 Validation과 Reservation을 한다. 내일 헤이그를 가려는데 헤이그는 예약이 필요 없단다.

 
함께 숙박을 한 사람들을 만나려고 노력했지만 만날 수가 없었다. 난 여행책을 가져오지 않고, 내가 정리한 것만 가져 왔는데 그것으론 좀 불충분하다. 앞으로의 여행도 걱정이다. 정말 맨 땅에 헤딩하는 꼴이다. 그래도 조급해하지 않으면 즐거운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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