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9일 일요일

1차 유럽 여행 - 런던(3)

2001년 5월 24일 목요일

발이 여전히 편치 않아 여유 있게 움직이자 생각했다. 우선 Comden market엘 가기로 했다. Comden town역에 내려 물어 갔는데 좀 실망이었다. 주로 옷만 있고 그나마도 내 기준으론 싸지도 않았다. 실망하여 가려다가 시장이 조그만 운하 옆으로 죽 늘어섰다고 읽은 기억이 나서 좀더 걸어갔다. 그랬더니 조그만 개천이 나왔고 조그만 운하도 보였다. 그 근처에 있는 시장이 벼룩시장이었다. 옷은 물론 장신구들, 직접 만든 초들, 그림들, 토산품 등 기대했던 시장의 모습이었다. 물건 보는 눈과 적정 가격을 모르기에 싼 지는 모르지만 볼거리는 되었다. 한 쪽엔 먹을 것을 파는 곳도 있으니 구경하다 배고프면 골라먹는 재미도 경험할 것이다.



윈저 성엘 가려고 빅토리아역을 갔다. 그 근처에서 Green Line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가면 윈저 성에 도착한다. 성은 멋졌다. 이런 성에서 살았던 왕들이 부러웠다. 성 가운데 언덕에 또 성이 있고 그 아래로 빙 둘러 정원이 있었다. 성의 북쪽 테라스에서 본 전망도 무척 좋았다. 하나님께서 다스리라고 하신 명령을 따른다면 이렇게 멋지게 가꿀 수 있는데, 자연이 주는 것에 노예가 되어 관리하지 못하고 마구 사용만 함으로 얼마나 많이 망가뜨렸는가?








성 내부의 일부를 구경하면서 이 많은 방들이 무엇 때문에 필요했을까란 생각을 했다. 한편으론 사치스럽게 자기 과시용으로 만든 것을 우린 무엇 때문에 비싼 돈 내며 구경하는가란 의문이 생겼다.


버킹검 궁전에서 위병 교대식을 못 보았는데, 규모는 훨씬 작지만, 윈저 성에서 구경을 하게 되었다. 특유의 커다란 검정 털모자를 머리에 쓴 위병들이 뭐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멋지게 교대식을 하고 있었다. 버킹검 궁전 앞에서의 위병 교대식은 훨씬 멋질 텐데. 히히 그래도 다행이다. 이렇게라도 구경할 수 있어서. 어쨌든 성은 잘 지었다. 성당도 잘 지어져 있었고.




돌아오는 버스를 타는 곳에 교회가 있어 그 옆 잔디밭에서 요기를 하고(빵에 잼 발라 먹음) 예배당에 들어가 잠시 기도를 했다. 아픈 발을 위해서, 반 아이들의 신앙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예배당의 역할만 할 수 있다면 오히려 작은 예배당이 좋다. 큰 성당들은 짜증난다. 무덤만 잔뜩 있고.


런던에 돌아와선 과학박물관에 무료 입장을 했다. 과학에 관심이 많거나, 과학과 관련이 있지 않다면 가지 않는 게 좋을 수도 있다. 박물관 지도를 보고 관심 있는 곳만 갔는데도 흥미있게 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직접 체험해 보는 코너는 역시 재미있었다.




무리를 안 하려고 했는데, 오늘도 꽤 바쁘게 돌아다녔다. 여전히 발이 아프다. Hyde park에서 요기를 하고 호수 곁에 앉았는데 저편에서 클래식 기타 소리가 들려왔다. 다리만 멀쩡했다면 달려갔을 텐데. 하지만, 호수를 바라보며 은은히 들려오는 기타 연주를 듣는 맛도 끝내 주었다.


이제 에든버러행 버스를 타려고 Victoria coach station으로 갔다. 표에 적히긴 10시였는데, 전광판엔 10:30으로 표시 되었다. 다른 버스가 지연되었다고 표시되었길래 내 차도 지연일 줄 알았다. 몇 번 확인을 해도 그 시간이었다. 10시가 좀 넘어 버스를 타려고 줄을 섰는데, 어라~ 남들 표랑 내 것이 다른 것이다. 설마 했는데, 난 다른 버스 앞에서 괜히 기다린 거란다. 이럴 수가. 난 에든버러 가야 하는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안 되는 영어로 떠들어 보았지만 안 된단다. 새로 표를 끊어 타기엔 너무 늦었고, 현금도 없고, 환불도 안 된다 하고, 좀더 늦으면 또 택시 탈 판이라 귀가하기로 했다. 일이 꼬이자 큰 일이다란 생각이 들고, 돈 날린 생각이 들고(왕복 모두 밤차이므로 숙박비를 절약했는데 그것도 추가 지불해야 한다), 창피하단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물어봤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물론 별로 이상하단 생각을 안 한 게 문제지. 타향 와서 이 무슨 낭패인가? 허탈함을 가득 안고 숙소로 돌아 왔다. 내 잘못인데도 한없이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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