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9일 금요일

1차 유럽여행 - 암스테르담


2001년 5월 27일 일요일

터널로 도버 해협을 지나는 줄 알았는데, 페리호를 탔다고 자고 있는데 버스에서 내리라고 깨운다. 그냥 버스에서 자는 게 오늘의 일정을 위해 더 좋은데 차에 아무도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니 별 수 없지 뭐. 이게 승객의 안전을 위함일까? 아니면 배에서 돈을 쓰게끔 하려는 수작일까? 우리 한국인 3명은 위층으로 올라가 잠잘 곳을 찾았다. 어차피 창문을 통해서는 어두워서 거의 아무 것도 안 보이고 바닷바람은 쐴 수 없으니 자는 게 남는 거지. 배가 대륙에 도착해 다시 버스를 타고 잠을 청했다. 버스라 아무래도 잠자기가 불편했다. 한두 번이면 모를까 유럽여행기간에 버스에서 자면서 숙박을 해결하기보다는 기차에서 자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 아직 야간 기차를 타 보지 않아 비교가 우습지만 말이다.


내려서는 동행하게 된(사전에 그러자고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난 당연하다는 듯이 헤어져서 가지 않았다) 사람들이 다음 일정 때문에 유로라인을 예매하는 동안 가다렸다. 보아하니 이들도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다. 일정을 확정하고 티켓을 끊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혹시 이 글을 보더라도 욕하지 말기를. 하긴 나도 런던에서 3군데지만 버스표 사는데 1시간 30분이나 소요되었으니)


그리고는 숙소 문제 해결을 위해 중앙역(Central station)으로 가기로 했다. 첫 번째 난관. 지하철 표를 사는 곳이 없는 것이다. 이런. 잠시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자전거를 끌고 지나가시던 분이 플랫폼으로 올라가면 된다고 하셔서 따라갔다. 거기서 1 zone 티켓을 뽑았는데 두 번째 난관. 티켓을 체킹(?)하려고 하는데 기계가 아무 짓도 안 해 주는 것이다. 우리의 작태를 보다 못한 부부가 우리 표는 그냥 가면 된단다. 여러 장 한번에 끊는 표만 스탬프를 받는 모양이다. 중앙역에 도착했더니 역시나 표내는 곳이 없다. 승객을 이리도 신뢰하다니.

중앙역에 내렸지만 생각관 달리 여행안내소도 보이지 않고 숙박을 호객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또다시 난관. 역 앞에 나가서 두리번거리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여행안내소 발견! 들어갔는데 지도도 돈 받고 판다. 헉. 저쪽에서 지도를 준다고 한 명은 그쪽에 줄을 서고, 숙박을 물어보는 줄엔 내가 서고, 나머지 한 사람은 한국인 민박집에 전화를 걸었다. 난 순서를 기다리며 남들이 빨리 돌아와 도와주기를 바랐다. 근데 어디로 갔는지 얼굴도 비추지 않는데 내 차례가 오고야 말았다. 짱구를 굴려 아는 단어들을 나열했는데 값이 너무 비쌌다. 그제야 다른 두 사람을 만났는데, 지도는 4.7f을 주었다 하고, 민박집엔 연락할 수가 없단다. 전화기가 모두 동전은 안 된다는 것이다. 좀더 짱구를 모아 봤지만 답이 안 나왔다. 나도 지도를 사기로 하고 4f하는 자판기 앞에서 5f을 넣고 동작을 시켰더니 지도는 나왔는데, 잔돈이 나오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잔돈은 돌려주지 않는다고 씌여 있었다. 헉! 싸게 사려다가 더 비싸게 주었다.


아침도 못 먹었으니 우선 먹고 나서 생각하기로 했다. 버거킹에 가서 double whopper와 콜라 중간 크기를 시켰다. 근데, 이게 우리네 것보다 좀더 컸다. 먹는데 너무 배가 불렀다. 우리네의 과대광고에서 보던 크기와 비슷했다.

 
난 Christian Youth Hostel에 가고 싶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한국인 민박을 가자고 했다. 한국인 민박에 가면 한국 음식도 있고, 정보도 얻을 수 있을 테니 나도 좋다고 했다. 걸어서 기껏 찾아갔더니 외국인이 나오며 민박집이 망했단다. 이런! 또 꼬이는군. 이번엔 어디로 갈 것인가 또 논의. 여전히 나는 Shelter(Christian Youth Hostel 이름)로 가자고 했지만(성격상 남들이 부탁하기 전엔 내 뜻을 강하게 밀지 못하므로) 또 무시되고 다른 곳을 가기로 했다. 가던 중 조금만 Hotel이 있어 또 물어 보기로 했다. 이번엔 내가 들어갔다. 근데 1인당 60f이란다. 이런, 영국보다 더 비싸려 하다니. 또 나와서야 Shelter로 가 보기로 했다. 근데 문 앞에 full for women이라고 씌여 있었다. 여자는 다 찼다는 말인가 싶어 그냥 가려다가 그래도 알아나 보자고 내가 들어갔다. 헌데 여자도 방이 있단다. 가격은 28f. locker 사용은 보증금 10f이 필요했다. 하지만, Check-Out시 도로 준단다. 휴~. 이제야 숙소가 해결 되었다. 한 방에 무려 2층 침대가 8개나 있고, 이런 방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깨끗하고 좋았다. 1층엔 로비도 있었다. 그럼 이제 슬슬 나가 볼까?


Shelter 오른쪽으로 나가자 이곳이 홍등가임을 알려 주는 여자들이 집 안에서 유리를 통해 야리꾸리한 자세로 유혹하고 있었다. Christian Youth Hostel과 홍등가라..... 조금 더 가서 구교회를 지나쳤다. 영국의 Westminster Abbey와 Windsor궁의 성당을 보고 난 이후론 별로 성당엔 들어가고 싶지 않다. 더구나 돈을 내고라면 더욱. 중앙역 앞의 길을 지나 Dam 광장으로 갔다. 곳곳에서 마임을 하기도, 전기기타 연주를 하기도, 묘기를 보여 주기도 했다. 주변엔 신교회와 왕궁(Koninklijk Paleis)이 있었다. 하지만 여기도 들어가지 않았다. 후줄근한 겉모습만 감상하고, 전차(Tram)를 타고, Artis dierentuin으로 향했다. Tram은 지도에 노선과 번호가 잘 표시되어 있어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타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Tram은 맨 뒤에서 타면 요금 받는 분이 앉아 계신다. 그럼 목적지를 말하면 요금을 받고 티켓을 준다. 보통은 3f이다. Artis dierentuin에 도착했으나 시간이 1시간 밖에 남지 않았고, 요금도 28f정도로 너무 비싸서 그냥 지나쳤다. 열대박물관도 시간이 늦어서 그냥 지나쳤다.

 

다시 거처로 돌아와 좀 쉬다가 혼자만의 예배를 드렸다. 오전엔 숙소를 잡느라 예배를 드릴 수가 없었다. 혼자라면 예배를 먼저 드렸겠지만, 동행하느라 못했다. 혼자 침대에 앉아 다른 사람에게 방해되지 않게 기도하고, 찬양하고, 말씀을 읽었다. 사도 바울이 너희는 더욱 큰 은사를 사모하라고 말하고, 고린도전서 13장에서 사랑에 대해서 기록했다. 모든 사람에게 각각의 은사가 있지만, 그 중에 가장 큰 은사는 사랑이고, 그게 없다면 다른 은사가 의미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내 스스로 그 동안 다른 사람들을 과연 사랑으로 대했는가도 돌아보았다. 예배가 감격의 물결이 넘쳐 나지는 않았지만 좋았다.

 
다시 나가서 산책을 하며 장래에 대해서 또 고민했다. 아직도 답이 쉽게 나지 않는다. 많이 좁혀지긴 했는데.
중앙역에 돌아가서 유레일 패스를 확인 받았다. 어디서 받는지를 몰라 한참 헤맸다. 역에 들어가서 좌측으로 돌아가면 International이라고 표시가 있다. 거기서 유레일 Validation과 Reservation을 한다. 내일 헤이그를 가려는데 헤이그는 예약이 필요 없단다.

 
함께 숙박을 한 사람들을 만나려고 노력했지만 만날 수가 없었다. 난 여행책을 가져오지 않고, 내가 정리한 것만 가져 왔는데 그것으론 좀 불충분하다. 앞으로의 여행도 걱정이다. 정말 맨 땅에 헤딩하는 꼴이다. 그래도 조급해하지 않으면 즐거운 여행이다.

1차 유럽 여행 - 런던(5)

2001년 5월 26일 토요일


영국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여전히 발이 아프다. 파스를 붙이고 주무르고 해도 소용이 없다. 다시 파스를 붙이고 신발 속에 양말을 깔았다. 빨리 나아야 할 텐데, 왠지 쉽지 않을 것 같다.


에든버러(Edinburgh)를 다녀 온 사람이 무척 좋았다고 얘기를 한다. 나도 저렇게 말할 수 있었는데... 원통한 생각이 자꾸 든다. 돈 날린 것, 좋은 구경 못한 것들이 생각나며 한숨이 나왔다. 꺼이꺼이. 다음에 영국 오면 꼭 가 봐야지.


솔즈베리(Salisbury)를 가야해서 또 Victoria Coach Station으로 갔다. 거가서 환전을 했는데 $10을 바꾸는데 1.95파운드를 handling charge로 지불하고, 4.69파운드를 받았다. 망했다. Victoria역 근처에선 안 그랬던 것 같은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꼴이네.


이미 버스를 놓쳐 본 경험이 있어 긴장이 되었다. 차량번호가 적혀 있어 그걸 확인 했으므로 안심이 되긴 했다. 10분도 안 남았는데 차에 태우지 않아 긴장했는데, 조금 지나서 승차를 했다. 휴~ 성공이다.


어제 밤에 많이 잤는데도 차를 타니 졸음이 쏟아졌다. 솔즈베리(Salisbury)를 가는 동안 다른 곳에도 들르는데 아무리 봐도 늦게 도착할 것 같았다. 스톤헨지(Stone Henge) 관광이 1시간 40분쯤 걸리고 정시에 출발하는 걸로 아는데, 잘못하면 놓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불길한 생각은 마침내 현실로 나타나 1시간 10분 쯤 늦은 3:10에 도착했다. 돌아오는 버스가 5:00이므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셈이다. 짧은 영어로 travel office에 들어가서 상황 설명을 하고 혹시 모를 관광 가능성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고, 버스회사에 환불을 받을 수 있는지를 물었다. 무지하게 버벅거리며 단어들만 나열하는데도 짜증내지 않고 들어주고, 못 알아들은 것은 내게 다시 물어서라도 제대로 알아듣고 질문에 답해 주었다. 고마운 사람들. 인사동에서 우리네 물건을 조금 사 왔더라면 주고 싶었다. 상배형에게서 여행 떠나기 전에 선물을 조금 사가라는 말을 들었었는데, 잊어버리고 그냥 온 게 후회스럽다.


솔즈베리(Salisbury)는 교통이 좋지 않아 하루에 다녀오기 쉽지 않다. 아니면 토요일 첫차를 타고 가서 막차를 타고 오든가 기차 편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솔즈베리(Salisbury) 성당을 다녀올까 하다가 그나마도 거리가 좀 되어 혹시 버스를 놓칠까봐 포기하고 주변을 어슬렁거리기로 했다. 마침 솔즈베리(Salisbury) Art centre를 발견하고 혹시 볼거리가 있나 해서 가 보았더니 그 앞 잔디에서 무료 공연을 하고 있었다. 거의 무언극 수준으로 대사가 거의 없이 행동으로 사람들을 웃기고 있었다. 끝부분만 보았는데, 한 사람이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려는데 갖가지 이유로 식사를 못하게 되는 내용이었다. 많이 재미있지는 않지만 그냥 생각을 비우고 보면 재미있다. 열심히 연기하는 사람들이나 진지하게 보고 함께 즐거워하는 관객들 모두 좋았다. 작게 하는 무료 공연이었지만 걸어다니는 탁자, 움직이는 케이크, 터지는 랍스터 등 소도구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스톤헨지(Stone Henge)는 못 갔지만, 괜찮은 구경을 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런던으로 돌아가는 버스 겉모양이 달라 아닌 줄 알고 헤매다가 차량번호를 보고야 알았다. 까딱 잘못 했으면 또 놓칠 뻔 했다. 휴~. 가고 오는 길은 좋았다. 온통 녹색 투성이였다. 말, 소, 돼지를 방목하기도 했다. 도로 옆으로도 나무가 늘어서 있고, 끝없이 펼쳐진 건 아니지만, 꽤 넓게 풀들이 깔려 있었다. 우리네처럼 산들이 많지 않고(내가 본 곳은) 얕은 언덕들만 있었다. 근데 일하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아 무슨 용도의 땅인지 무척 궁금하다.


영국의 신호등 밑엔 버튼이 있다. 누르면 적절한 때에 보행자 신호를 켜 주는 것이다. 여행객들은 이것을 잘 지키려고 애를 쓰는데, 본토인들은 별로 신경을 안 쓴다. 바른생활 사나이로 통하던 나도 신호를 수 없이 무시하고 다녔다. 할 말 없다. 찔리긴 하는데, 상황 봐서 그냥 건넌 것이다. 길을 건널 땐 반드시 조심해야 한다. 우리네와 달리 이네들은 차가 좌측통행을 하므로 길을 건너며 왼쪽을 보면 달아나는 차 꽁무니만 보게 된다. 의외로 쉽게 적응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일방통행이 많아 어쩔 땐 우리네처럼 왼쪽을 보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여간 조심하자. 잘못하면 타향에서 병원 신세를 지는 일이 발생할 지도 모른다.


이번 여행 너무 성급한 것 같다. 너무 많은 것을 보고자 하는 욕심에 발도 고장 나고, 일정을 빡빡하게 세워 조금만 틀어져도 볼 것을 놓치는 경우가 발생했다. 사진만 열심히 찍어대고 많은 곳을 다녀왔다고 자랑하기 위해 여행을 온 것이 아님을 기억하고 여유 있게 즐기다 가자.


내가 하는 일은 늘 스릴 만점이다. 솔즈베리(Salisbury)에서는 예정보다 조금 빨리 도착했다. 느긋하게 숙소로 돌아가 짐을 들고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아주머니는 내가 불안한지 계속 재촉을 하셨다. 내가 벌써 2번의 실수를 저질렀으니 그러실 만도 하지. Lewisam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티켓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아니! Chech-In이 9시라고 써 있는 게 아닌가? 출발이 10시니 설마 떠나기야 하겠냐마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Check-In이 정확히 뭐 하는 건지를 모르니 더 불안했다. 이때부터 목숨을 건 질주가 시작되었다. 또다시 버스를 놓쳐 쪽팔림을 당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뛰면서 기도했다. 제발 또다시 놓치지 않게 해 달라고. 오늘 밤에 꼭 가야 합니다. 결국 Lewisam역에서 Victoria Coach Station까지 30분만에 도착했다. 19번 gate에 가 보았는데 버스도 안 보이고 Check-In하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뭐지? 짐이나 붙이려고 돌아다니는데 내가 봐 둔 곳은 left luggage였다. 떠나면서 짐 맡겨두고 가는 곳. 헉. 찾으러 가던 중 Continental Check-In이란 표시를 봤다. 아하 저기였구나. 잽싸게 달려 갔더니 Check-In하려고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제야 줄을 서고도 불안했다. 10시까지 안 끝날 것 같았다. 이 줄이 맞을까란 불안함도 있었다. 앞 사람에게 당신도 같은 차냐고 물어볼까 고민하는데 앞에서 반가운 소리가 들렸다. 어떤 한국인이 시간 내에 Check-In이 안 끝나면 어떻게 되냐고 물었더니 끝나야 출발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휴 또 안심. 그 2명의 한국 여자와 같은 버스를 탔다. 처음엔 혼자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젠 누군가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

2010년 4월 5일 월요일

아이들에게 롯데월드를 보여 주다

3/27에 아이들과 아내와 롯데월드를 다녀왔다. 이제 곧 인도네시아 출장을 가야해서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사실은 동물원 같은 야외로 나가려고 했으나 그 날 날씨가 꽤 쌀쌀해서 실내를 찾다가 롯데월드를 선택했다. 4인의 이용 요금이 만만치 않았지만 그나마 헌혈증 할인, 외환카드 할인 등으로 6만원 정도 들었다. 새로 산 소니의 DSC-WX1을 들고 롯데월드에서의 시간을 담아보았다.



사진을 찍는다고 자세를 잡아보라하니 아이들이 잘 따라 주었다. 주머니에 넣고 있다가 꺼내 별도의 설정 없이 바로 찍으면 되니 아이들을 찍기에 좋았다. 어두운 곳에서 빠르게 움직이지만 않으면 맘에 드는 결과물을 얻어 좋았다.


아이들이 뮤지컬을 보려고 기다리는 동안 DSC-WX1의 파노라마 기능을 사용해 보았다. 그냥 옆으로 움직이기만 하면 파노라마가 잘 찍혔다. 롯데월드가 한 눈에 들어왔다. 광각 24mm라 자체만으로도 넓은 화각을 제공하지만 파노라마 기능을 사용하니 더 멋졌다.



맞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 가족이 회전컵에 모두 올라탔다. 기대에 찬 눈빛으로 둘째가 기다리고 있다. 운행이 시작되자 온힘을 발휘해 우리컵을 돌렸다. 모두 즐겁게 웃으며 즐겼다. 돌리던 나도 너무 어지러워 돌리다 멈추고 반대로 돌리고 하며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유치원에서 나온 아이들 중에 운행 중 일어나는 아이들이 있어 잠시 멈추고 주의를 주고 다시 운행하는 바람에 남들보다 더 오래탔다. ^^




롯데월드에서 아이들이 무얼 할 수 있을까 걱정을 좀 했는데 뮤지컬도 있고, 퍼레이드도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했다. 아이들용 탈 것도 꽤 있었고. 퍼레이드를 하는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다가왔는데 아이들이 조금 낯설어하고 무서워했다. 반갑게 잘 어울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 있었다. 중간에 같이 춤을 추는 시간이 있었고 아이들이 나가서 함께 어울렸는데 딸 주원이가 머뭇거리며 나가려고 하지 않았다. 우리 아이도 춤 잘 추는데... 나와서 예쁘게 춤추는 다른 집 아이를 보니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이게 부모 마음인가? 그래도 다음에는 꼭 나가서 추기로 약속했다.





아직 어리다보니 몇시간 돌아다녀 지쳐했다. 대접을 받기로 저녁식사 약속이 있어서 롯데월드를 떠나오며 뭐가 제일 재미있었냐고 물었더니 재미있었던 것이 아니라 무서웠던 기억을 얘기한다. 내가 아무 생각없이 신밧드의 모험에 들어갔는데 밑으로 내려가는 것보다 보여지고 들려지는 소리를 아이들이 무서워했다. 내 잘못을 탓하며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무서운 기억이 빨리 사라지기를 소망한다. 아이들에게 예쁘고 좋은 것들만 많이 보여줘야겠다.

2010년 3월 30일 화요일

소니 DSC-WX1 체험기

기존에 Canon G5를 가지고 있었는데 광각에 대한 아쉬움과 간편한 휴대 때문에 콤팩트 디카를 장만하려고 했다. 처음엔 삼성 VLUU WB650이 맘에 들었는데 직장 동료가 선택한 WX1을 보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광각을 똑같이 제공하면서 어두운 곳에서 더 잘 찍히는 DSC-WX1이 내게 더 적합하다고 판단되었다.

Canon G5 7.2mm 1/15 f/2.0

Sony DSC-WX1 5.1mm 1/25 f/2.5 ISO 400



지난 주 목요일에 디카를 받고 Canon G5와 소니 DSC-WX1으로 제품 상자와 구성품 일부를 찍어 보았다. 이 사진 뿐 아니라 다른 사진들도 보니 소니 디카가 대체적으로 붉은 색이 강한 것 같다. Canon G5는 수동 기능을 사용하는 맛이 있었는데 WX1은 기본 제공되어지는 기능으로 원하는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었다. 잘 찍으려는 기술적인 고민보다 어떤 구도로 무엇을 찍을까를 고민할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



Canon G5 7.2mm 1/3 f/2.0

Sony DSC-WX1 4.3mm 1/8 f/2.4 ISO 3200



어두운 곳에서의 성능이 어떠한가 시험해 보았다. 방에서 자고 있는 딸아이의 사진을 찍어 보았다. 방 안의 불은 꺼져 있고 문틈으로 살짝 빛이 들어오는, 거의 빛이 없다고 하는 게 맞는 상황에서 찍어보았는데 따로 설정할 필요 없이 "손들고 야경" 모드에 놓고 그냥 찍으니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클릭해서 확대하여 보면 두 사진의 화질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WX1이 어두운 중에도 색감의 차이가 더 뚜렷하고 노이즈도 적게 찍혔다.




기대했던 광각 기능이 맘에 들었다. 넒은 화각이 제공하는 시원한 사진의 느낌 뿐 아니라 밑에서 건물을 찍거나 할 때에도 재미나게 한 화면에 잘 찍혔다.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면 위의 사진처럼 가운데에 파란 원이 생긴다는 것이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이 아니고 불빛이나 태양빛과 마주 하여 찍을 때 아마도 렌즈에 생겨지는 모양인 것 같다. 잘 찍으면 생기지 않으니 괜찮기도 하지만 이전에 G5에서는 본 적이 없는 것이라 꽤 신경이 쓰인다. 원래 그렇게 생기는 게 정상인지 알 수 없어 금요일쯤 소니 서비스 센터에 다녀와 볼 생각이다.



하여간 가지고 다니기 편한 작은 크기에 언제든 들고 찍기만 하면 왠만한 사진이 나오는 것 등 콤팩트 디카의 기능을 충실히 다하고 있으며  기타 다른 유용한 기능까지 더하면 이번 디카 구입은 성공적이라고 판단한다. 앞으로 이 WX1으로 열심히 사진 찍으며 글을 올려볼까 생각 중이다.

2010년 1월 20일 수요일

3차 유럽 여행 - 몽생미셀(Mont Saint Michel)



어딘지 기억이 잘 안나지만 하여간 어느 곳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 타고 몽생미셀에 도착했다. 물이 빠져 있었고 바다라 바람이 많이 불고 하늘이 약간의 비를 뿌리고 있었다. 도착하자마 입구에 있는 화장실로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갔다. 화장실로 들어가려 줄을 섰던 것 같다. 근데 옆의 아저씨는 아내와 주원이가 너무 예쁜지 쳐다보고 있다. '이쁜 건 알아가지고...^^'



여기가 어디 쯤인지 지금은 가물가물하다. 아마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중이었던 것 같다. 주원이에게 가서 서보라 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우리 딸이지만 참 예쁘게 나왔다.


수도원에 올라가서 밑을 보며 찍어 본 사진이다. 주차장에 차들이 잔뜩 늘어서 있고 밑의 마당에 사람들이 많이 있다. 사실 둘러보면서 뭐가 뭔지 잘 몰랐다. 일단 바다에 이런 게 만들어져 있는 것이 신기하고 바다도 보기 좋고 그런 게 더 컸다. 설명 자료나 음성 안내를 받지 않으니 보이는 것들이 무엇인지 어떤 사연들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세세한 자료를 공부하고 간 것도 아니었기에. 그저 가족과 함께 있다는 것이 좋았고, 머리로는 잘 모르지만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있었다. 그렇게 좋다고 느끼면 되는 게 아닐까? 다음에 기회가 되면 더 공부하고 오면 되지 않겠나?



수도원 안의 성당 사진을 하나 찍고....



안 쪽에 작은 정원 같은 곳이 있고 그 주위로 회랑같이 되어 있는 곳이 있었다. 사진이 예쁘게 나올 것 같아 아내와 주원이에게 자리를 잡으라 하고 사진을 찍어 봤다. 나름 만족했다. ^^ 단체 관광객들이 이 곳에서 들러 설명을 듣고 있었다. 아내가 일본어를 해서 일본 관광객들을 잠시 따라 다니며 듣고 설명을 해 줬다. 그런데 안내하시는 분이 눈치를 주는 것 같다고 해서 그만 뒀다. 나름 도움이 되었는데.



돌아다니던 중 어디로 가는 곳인지 모르지만 괜찮아 보여 사진을 찍었지만 그다지 잘 나오진 않았다.



안의 정원 같은 곳에서 준비해 간 샌드위치로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 버스 시간이 남아서 주차장에서 몽생미셀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아이와 놀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밤에 멀리서 사진을 찍어도 멋지겠지만 숙소가 멀리 있고 저녁 되기 전에 버스가 끊기니 다음에 렌트카를 이용하지 않으면 힘들겠다. 다음 기회로 넘겨야지.



버스를 타고 Pontorson에 도착해 생말로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시간이 좀 남아 동네를 산책하며 마을 구경을 했다. 우리는 이렇게 산책하며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마당이 있고 깔끔한 집이 있어 배경으로 하나 찍어 봤다.



Pontorson의 거리 풍경이다. 오른쪽에 차 안에서 놀던 아이들이 얼굴을 내밀고 우리를 반겼다. 아이들 사진도 찍고. 이런 게 외국의 동네를 걸어다니며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아닐까? 그래서 힘들어도 굳이 많이 걷게 된다.



하지만 정보 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뭔가 쓰임새가 있는 건물 같아도 뭔지 알 수가 없다. 사실 또 모르면 어떤가? 사람들마다 여행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가 다르고 여행을 통해 즐거움과 감동을 받는 바가 다 다르다. 어떤 이는 다른 역사적인 유물과 그 배경 등에 관심이 있고, 어떤 이는 외국인과의 만남에 관심이 있고, 어떤 이는 음식이나 음악, 연극, 그림 등에 관심이 있고, 어떤 이는 다양한 체험 활동에 관심이 있다. 알면 좋지만 몰라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난 그저 새롭고 예쁜 것을 보고 여러 생각을 하고 즐기면 좋다 생각한다. 더구나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한 여행이 아닌가?

2010년 1월 19일 화요일

1차 유럽 여행 - 런던(4)

2001년 5월 25일 금요일

아침 식사를 하고 다시 누웠다.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과 더 돌아볼 곳도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집에 있는다고 공짜로 밥을 주는 것도 아니니 한 번 더 버스표 환불을 요청하러 갈 겸 슬슬 일어났다. 빨래를 조금 하고, 2층 버스를 탔다. 버스는 유별나게 재미있지도 않은데 시간만 너무 많이 걸린다. 남는 게 시간인 날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런던 시내의 도로는 거의 왕복 2차선 아니면 왕복 4차선이다. 물론 자동차가 서울에 비하면 무척 적지만, 길이 워낙 좁고 사람들이 아무데서나 아무 때나 건너기 때문에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그나마 도로 체계가 잘 되어 있는 것 같아 소통이 그럭저럭 유지되는 것 같다. 그래도 2층 버스가 명물이니 한 번은 타 봐야겠지.


Victoria coach station에 도착하여 한 줄 서기를 30분 한 끝에 물어 봤더니 역시나 환불 안 된단다. 꺼이꺼이. 한 줄 서기는 확실히 합리적이다. 먼저 온 순서대로니까. 우리네 각 줄 서기는 다분히 운이 작용한다. 그래서 때론 늦게 왔어도 먼저 가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기분이 짱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기분이 정말 더럽다. 너무 늦어서 모험을 하여 줄을 옮겼는데, 원래 줄이 더 빠르면 그건 최악이다. 한편 생각하면 우리네 문화가 더 재미있긴 하다. 그러나 이건 재미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우리네도 바뀌어야겠다.


이왕 나온 김에 관광이나 더 하자하고 St. Paul 성당에 갔는데, 여기도 돈을 내야 한다. 5파운드나. 지금 상황에선 더 이상의 지출은 무리다. 겉만 보고 가기로 했지만, 그래도 왠지 아쉬워서 성당 왼편으로 돌아갔더니 관광객 출구가 있다. 무턱대고 그리로 들어가 봤더니 거기에 식당과 Cathedral shop이 있다. 사진엽서로나 구경하려고 모험을 했는데 가이드북도 있지 않은가? 안내 책자로 대충 관광을 마치고 나왔다. 좀 어설픈 곳은 이런 식으로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어차피 관광코스 마지막에 관광상품 판매소가 있으니 그곳에 들러 사진엽서와 안내 책자만 잘 봐도 거진 관광한 셈이 된다.(물론 외국까지 나온 것엔 직접 보는 데 의미가 있지만 말이다.)



내일 숙박비를 지불하려면 돈을 바꿔야 한다. Piccadilly Circus역에서 내려 Lower Lesent Street 방향으로 나와 왼편으로 돌아 에로스 상을 보고 오른쪽 길로 가서 오른쪽으로 꺾은 후 건너편 20m쯤 전방을 보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있다. 거기서 여행자수표를 환전하면 수수료가 없다. 물론 그런 곳은 많다. 환전소에 commission free가 적혀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


사진엽서를 파는 곳은 많은데, 대부분 1파운드에 6장 정도다. Trafalga Square에서 National Gallery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1파운드에 10장 주는 곳이 있다. 엽서 질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은 듯하니 싼 곳을 잘 찾아 구입하자.


Trafalga Square에서 사람들 구경하고, 성경도 읽으면서 쉬다가 저녁 끼니를 해결하려고 또 공원을 찾았다. Charing Cross역 옆의 공원 벤치를 떡 차지하고 바나나를 먹기 시작했는데 옆에 할아버지 한 분이 슬그머니 앉으셨다. 왠지 나를 쳐다보는 듯. 그래도 꿋꿋이 바나나를 먹는데 드디어 말을 걸기 시작하신다. 첫 번째 말부터 못 알아들었지만 통밥에 여행객이냐는 말을 물으시는 것 같았는데 좀 돌려 말씀하셨다. 그로부터 짧은 영어의 한계로 단발식의 대화가 5분여 지속되었다. 혹시 무슨 의도적인 접근은 아닌가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하지만 그냥 얘기가 하고 싶으셨던 분이었다. 하지만 영어가 짧은 걸 어떻게 하겠나. 재미가 없어지신 할아버지는 슬슬 두리번거리시더니 계속 걸으시겠다며 떠나가셨다. 아쉽다. 사실 여행에 영어가 많이 필요하지 않다. "Where is ...?" "How much ...?" "Take a picture." "I want to ..."만 구사하면 별 문제가 없다. 어제처럼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그래서 영어를 신경도 안 쓰고 그냥 왔더니 이런 아쉬운 경우가 생기네. 쩝~


숙소로 돌아가려고 국철을 탔는데, 좀 앞쪽의 남자가 계속 나를 노려보는 것이다. 왜 저러지? 나도 노려보니 잠시 눈을 돌리다가 또 노려보는 것이다. ‘헉! 저 놈이 왜 저러지?’ 갖가지 상상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쫄기 시작했다. 숙소가 있는 St. Johns역에 서는 열차가 아닌 London Bridge역과 Lewisam역에 서는 열차를 타고 Lewisam역에서 내려 걸어가려고 했는데, 같이 내렸다가 봉변을 당하면 안 되니 사람 많은 London Bridge역에서 내려 St. Johns 역으로 가는 열차를 타기로 했다. 근데, 그 놈이 불쑥 일어나 London Bridge역에서 내리는 것이다. 그럼 난 계속 가야지. 근데 내려서도 가지 않고 왔다 갔다를 하는 것이다. 열차가 떠나 플랫폼을 훑어보았는데 보이지 않는 것이다. 설마 다시 탔을까? 계속 되는 긴장의 순간들. Lewisam역에 도착하여 내렸는데, 놈은 보이지 않았다. 휴~. 다행이다.

2009년 11월 29일 일요일

1차 유럽 여행 - 런던(3)

2001년 5월 24일 목요일

발이 여전히 편치 않아 여유 있게 움직이자 생각했다. 우선 Comden market엘 가기로 했다. Comden town역에 내려 물어 갔는데 좀 실망이었다. 주로 옷만 있고 그나마도 내 기준으론 싸지도 않았다. 실망하여 가려다가 시장이 조그만 운하 옆으로 죽 늘어섰다고 읽은 기억이 나서 좀더 걸어갔다. 그랬더니 조그만 개천이 나왔고 조그만 운하도 보였다. 그 근처에 있는 시장이 벼룩시장이었다. 옷은 물론 장신구들, 직접 만든 초들, 그림들, 토산품 등 기대했던 시장의 모습이었다. 물건 보는 눈과 적정 가격을 모르기에 싼 지는 모르지만 볼거리는 되었다. 한 쪽엔 먹을 것을 파는 곳도 있으니 구경하다 배고프면 골라먹는 재미도 경험할 것이다.



윈저 성엘 가려고 빅토리아역을 갔다. 그 근처에서 Green Line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가면 윈저 성에 도착한다. 성은 멋졌다. 이런 성에서 살았던 왕들이 부러웠다. 성 가운데 언덕에 또 성이 있고 그 아래로 빙 둘러 정원이 있었다. 성의 북쪽 테라스에서 본 전망도 무척 좋았다. 하나님께서 다스리라고 하신 명령을 따른다면 이렇게 멋지게 가꿀 수 있는데, 자연이 주는 것에 노예가 되어 관리하지 못하고 마구 사용만 함으로 얼마나 많이 망가뜨렸는가?








성 내부의 일부를 구경하면서 이 많은 방들이 무엇 때문에 필요했을까란 생각을 했다. 한편으론 사치스럽게 자기 과시용으로 만든 것을 우린 무엇 때문에 비싼 돈 내며 구경하는가란 의문이 생겼다.


버킹검 궁전에서 위병 교대식을 못 보았는데, 규모는 훨씬 작지만, 윈저 성에서 구경을 하게 되었다. 특유의 커다란 검정 털모자를 머리에 쓴 위병들이 뭐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멋지게 교대식을 하고 있었다. 버킹검 궁전 앞에서의 위병 교대식은 훨씬 멋질 텐데. 히히 그래도 다행이다. 이렇게라도 구경할 수 있어서. 어쨌든 성은 잘 지었다. 성당도 잘 지어져 있었고.




돌아오는 버스를 타는 곳에 교회가 있어 그 옆 잔디밭에서 요기를 하고(빵에 잼 발라 먹음) 예배당에 들어가 잠시 기도를 했다. 아픈 발을 위해서, 반 아이들의 신앙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예배당의 역할만 할 수 있다면 오히려 작은 예배당이 좋다. 큰 성당들은 짜증난다. 무덤만 잔뜩 있고.


런던에 돌아와선 과학박물관에 무료 입장을 했다. 과학에 관심이 많거나, 과학과 관련이 있지 않다면 가지 않는 게 좋을 수도 있다. 박물관 지도를 보고 관심 있는 곳만 갔는데도 흥미있게 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직접 체험해 보는 코너는 역시 재미있었다.




무리를 안 하려고 했는데, 오늘도 꽤 바쁘게 돌아다녔다. 여전히 발이 아프다. Hyde park에서 요기를 하고 호수 곁에 앉았는데 저편에서 클래식 기타 소리가 들려왔다. 다리만 멀쩡했다면 달려갔을 텐데. 하지만, 호수를 바라보며 은은히 들려오는 기타 연주를 듣는 맛도 끝내 주었다.


이제 에든버러행 버스를 타려고 Victoria coach station으로 갔다. 표에 적히긴 10시였는데, 전광판엔 10:30으로 표시 되었다. 다른 버스가 지연되었다고 표시되었길래 내 차도 지연일 줄 알았다. 몇 번 확인을 해도 그 시간이었다. 10시가 좀 넘어 버스를 타려고 줄을 섰는데, 어라~ 남들 표랑 내 것이 다른 것이다. 설마 했는데, 난 다른 버스 앞에서 괜히 기다린 거란다. 이럴 수가. 난 에든버러 가야 하는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안 되는 영어로 떠들어 보았지만 안 된단다. 새로 표를 끊어 타기엔 너무 늦었고, 현금도 없고, 환불도 안 된다 하고, 좀더 늦으면 또 택시 탈 판이라 귀가하기로 했다. 일이 꼬이자 큰 일이다란 생각이 들고, 돈 날린 생각이 들고(왕복 모두 밤차이므로 숙박비를 절약했는데 그것도 추가 지불해야 한다), 창피하단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물어봤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물론 별로 이상하단 생각을 안 한 게 문제지. 타향 와서 이 무슨 낭패인가? 허탈함을 가득 안고 숙소로 돌아 왔다. 내 잘못인데도 한없이 서럽다.